5년 이상 떠돌며 느낀 디지털 노마드의 후회에 대해 알아볼게요.
노마드의 자유는 달콤하지만, 일상은 절대 낭만이 아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하다가 오후엔 해변 산책, 밤에는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하루입니다.
실제로 저 역시 2018년, 첫 노마드 여정을 시작할 때 이런 삶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덜 로맨틱했고,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결국 일하는 사람이다.”
이 간단한 진실을 초반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발리에서 숙소에 도착한 첫날, 노트북 전원이 나갔고, 근처 카페 와이파이는 너무 약해 업무를 못 했습니다. 오후엔 정전이 나고, 밤에는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습니다. 자유로운 듯 보였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부터 불안정했습니다.
5년 넘게 이 생활을 지속해 오며 깨달은 건, 디지털 노마드는 ‘여행자’가 아니라 ‘일하는 이주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동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모든 생활의 책임도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
단기 노마드 vs 장기 노마드: 차원이 다른 피로감
단기 디지털 노마드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1~3개월 정도 해외에서 체류하며 원격으로 일하고, 여유 시간엔 관광을 곁들입니다.
하지만 그 상태를 1년, 3년, 5년 이상 지속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실거주자 인터뷰: 6년 차 노마드, 김현수(가명, 38세)
“매달 짐 싸고 집 구하고 와이파이 확인하고, 병원도 처음부터 알아보고… 그게 반복되니까 삶이 아니라 프로젝트 같았어요.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까지 떠돌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기 노마드는 단기 체류에선 보이지 않던 인프라 스트레스, 언어 장벽, 사회적 단절감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시스템이 낯선 나라에서 병원 갈 때의 불안감
비자 갱신이나 세금 문제 등 행정 절차의 번거로움
관계가 단절되는 생활 패턴: 친구도, 연애도, 커리어 네트워크도 일시적
특히 관계 측면은 치명적입니다. 노마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그만큼 헤어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이런 반복은 결국 정서적 피로로 이어지고, 자신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점점 커집니다.
후회라고 말하지만, 결국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5년 넘게 떠돌며 “후회한 적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있습니다. 많습니다.
정착한 친구들이 결혼하고 자리를 잡을 때
가족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했을 때
어딘가에 나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커졌을 때
하지만 동시에 이 삶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관점과 경험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국적 환경에서의 협업 능력
유연하고 빠른 적응력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분명히 ‘희귀한 자유’를 줍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대가 없는 공짜가 아니라, 정착하지 않는 삶이라는 리스크 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지금 돌아간다면 저는 이렇게 할 것입니다.
1~2개 거점 도시를 정해 ‘반정착형 노마드’로 운영
지역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현지 프로젝트에 참여
세금, 비자 등 행정 문제는 전문가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
‘떠도는 삶’은 계속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삶을 구성하는 기본요소들—주거, 건강, 관계, 소속감—에 대한 답을 내려야 합니다.
노마드는 결국 ‘삶의 방식’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일, 외로움, 체력, 인간관계, 미래 불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떠돌다 보면 알게 됩니다.
"자유롭다는 건 선택이 많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책임도 많다는 것임을."
5년 동안의 경험은 후회만으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같은 생활을 또 5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는 저도 깊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디지털 노마드를 꿈꾼다면, 이 삶의 화려함뿐 아니라 그림자도 함께 준비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떠나고 싶다면, 저는 여전히 “Go for it”이라고 말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 삶은 한 번쯤 겪어볼 만큼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