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90일 루프, 불법인가요? 비자런(Visa Run)의 법적 이슈와 실제 경험담 소개에 대해 알아볼게요.
비자런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노마드의 비공식 생존 전략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용어가 바로 ‘비자런(Visa Run)’입니다. 이는 특정 국가에 체류 가능한 무비자 혹은 관광비자 체류 기간(보통 30일~90일)이 끝나기 전에 국경을 넘어 출국한 후 다시 입국하여 체류 기간을 리셋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태국은 대부분 국가의 국민에게 무비자 입국 30일을 허용합니다. 이때 많은 노마드들이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잠깐 나갔다가 하루 이틀 후 다시 태국으로 들어오면서 체류 기간을 연장합니다. 한 번만 한다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를 반복하는 루프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 법적으로 불법 체류 혹은 출입국 거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자런은 명확히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존재합니다. 관광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거주 중이며, 업무(노트북으로 프리랜서 업무 등)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국 출입국 사무소는 관광 목적 외 체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의심이 가는 경우 입국 거부, 블랙리스트 등록, 추방까지 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단속 사례와 법적 리스크: “비자런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선호하는 주요 국가들 — 태국, 인도네시아(발리), 조지아, 멕시코, 베트남 등 — 모두 비자런을 감시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관련 규제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태국의 사례:
태국 이민국은 과거에는 비자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2014년 쿠데타 이후 비자 단속이 강화되었고, 2~3회 이상 반복 입국하는 외국인에게는 의심 질문(체류 목적, 숙소 예약 내역, 출입국 기록 등)을 하거나 아예 입국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일부 여행자는 비행기표를 가지고 있어도 공항에서 "You do visa run, go home"이라는 말을 듣고 돌려보내졌습니다.
발리(인도네시아)의 사례:
발리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몰리면서 무비자 30일 체류 후 ‘Visa on Arrival’을 갱신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하는 방식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노동허가 없이 원격 근무를 하는 외국인을 불법 근로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VPN 사용 기록, 노트북 사용 여부까지 체크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멕시코, 조지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대한 국가였던 멕시코나 조지아 역시 최근엔 입국 목적을 더 명확히 확인합니다. 특히 90일 이상 체류 기록이 반복될 경우, 출입국 카운터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비자런은 '편법적인 체류 수단'으로 분류되며, 각국은 이를 점점 더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단기 체류 목적이라면 괜찮지만, 장기 체류 및 원격 근무 시에는 합법적인 비자(디지털 노마드 비자, 프리랜서 비자 등)를 신청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디지털 노마드들의 비자런 경험담: “한 번은 괜찮지만 반복은 위험”
비자런을 실제로 해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반복할수록 위험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다음은 몇 가지 인터뷰 및 사례 정리입니다.
사례 ① 태국-말레이시아 루프
30대 한국인 A씨는 태국에서 90일간 체류 후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온 뒤 태국에 재입국했습니다. 입국 당시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 직원이 “왜 이렇게 자주 오는지” 묻고, 노트북 소지 여부, 숙소 예약 내역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입국했지만, 그 이후로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번쯤은 괜찮지만, 두 번째부터는 눈치가 느껴져요.”
사례 ② 조지아 무제한 체류의 착각
조지아는 외국인에게 최대 1년까지 무비자 체류를 허용합니다. 이를 이용해 많은 노마드들이 ‘비자런이 필요 없다’며 조지아에 머무르지만, 실제로 1년을 초과해 재입국하거나 반복 입국을 시도할 경우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경우도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B씨는 “같은 나라를 오랫동안 자주 드나드는 것 자체가 출입국 입장에선 이상한 패턴”이라고 지적합니다.
사례 ③ 발리에서의 입국 거부
한국인 프리랜서 C씨는 발리에서 2번 비자런을 하고 세 번째 입국 시, 노트북과 장비를 보고 ‘원격 근무 중’임이 드러나 입국을 거부당했습니다. 그는 “노트북만으로 판단하진 않겠지 했는데, 정말로 질문과 검색을 시작했다. 결국 방콕행 비행기에 태워졌다”고 전했습니다.
비자런은 위험한 선택, 대안은 합법적 장기 비자
비자런은 과거에는 유효한 ‘탈출구’였지만, 지금은 점점 리스크가 큰 임시방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단기 체류와 여행에는 여전히 활용 가능하지만, 장기 노마드 생활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합법적 체류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최근 각국은 디지털 노마드 비자, 리모트 워커 비자, 프리랜서 비자 등의 프로그램을 속속 출시하며, 세금 문제까지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스페인, 에스토니아, 조지아 등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꿈꾸지만,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경계 안에서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편법보다는 장기적인 플랜과 제도 활용이야말로, 진짜 ‘자유로운 노마드’의 핵심이 아닐까요?